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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막 : 이 상 효

 

"카우보이의 노래
그리고 그 외 미국 개척자 이야기"

 

"'보았으니 놀아야지'
사내가 조롱했다"

 

"듣는 이는 없었으나"

 

"말을 탄 한 사내의 노래가
아침 공기를 뚫고 흘렀다"

 

온종일 척박한 땅과 마주했다네

 

물 한 모금 맛보지 못하고

 

시원한 물

 

오랜 친구 댄과 나는
목이 탔다네

 

영혼조차 물을 달라고

 

외쳤다네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댄, 저기 크고 푸른
나무가 보이는가

 

물이 흐르는 곳이지

 

저곳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밤은 시원한데
나는 바보구먼

 

별이 모두 물을 품고 있잖나

 

시원한 물을

 

그러나 동틀 무렵
나는 일어나 하품을 하고

 

다시 물을 찾아 나서지

 

물, 물, 물...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물, 물, 물...

 

계속 가게나, 댄

 

그의 말을 듣지 말게
그는 사람이 아니라 악마라네

 

작열하는 모래사장에
물을 뿌린다네

 

물, 물...

 

댄, 저기 크고 푸른
나무가 보이는가

 

물이 흐르는 곳이지

 

저곳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네

 

이곳 서부에서 노래는
늘 제 마음을 달래줍니다

 

지역간 거리가 멀고
경치가 단조로운 곳이죠

 

또 저의 듣기 좋은 목소리는
제 친구 댄에게 활기를 주기에

 

걸을 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게 해줘요

 

안 그런가, 댄?

 

절 아시는 분도 있을 겁니다

 

버스터 스크럭스죠

 

'샌사바의 노래하는 새'로
다소 알려져 있어요

 

그 외에도 여러 이름과
별명, 호칭, 예명이 있죠

 

하지만 이건 제게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인간 혐오자라고요?
전 사람을 싫어하지 않아요

 

아무리 성가시고 무례하고
포커 칠 때 속임수를 시도해도요

 

그건 그냥 인간의 본성일 뿐이고

 

그 때문에 분노하고 실망하는 건

 

더 나은 걸 기대하는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죠

 

안 그런가, 댄?

 

그건 그렇고
제 기억이 틀리지 않는다면

 

저쪽 절벽 반대편에
작은 술집이 있어요

 

재수 좋으면
저 술집에 고분고분하게

 

카드 판에 모여 앉아줄
손님이 몇 있겠죠

 

내 식도에 쌓인 먼지를 씻겨주고
노랫소리도 지켜줄

 

위스키 한 잔 주시오

 

위스키는 불법이오

 

금주령이 시행되고 있소

 

저들은 뭘 마시는 거요?

 

위스키

 

무법자들이거든

 

내 깨끗한 복장과 점잖은 태도에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나 역시 법령을 위반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소

 

신의 뜻을 거역한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지

 

자네는 무법자가 아니야

 

우린 허풍쟁이와 술 안 마셔

 

이보시게

 

사람 같지 않은 꼴을 하고
사람을 판단하겠다는 거요?

 

무슨 말이냐면

 

면도 좀 하고
마음을 곱게 써보라는 거요

 

그리고 외람된 말이오만
댁 친구 말인데

 

술친구로서 급이 너무
떨어지는 거 아니오?

 

총질할 줄 아나?

 

아마도 그런 것 같군

 

이 골칫덩이의 급소는
맞히지 못한 것 같네요

 

제 사격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죠

 

자, 내가 도와주겠네

 

저승길은 늑대와
독도마뱀들이 안내할걸세

 

잘 가게나, 친구

 

'프랑스인의 협곡'이라네요

 

이 마을엔 처음입니다

 

거기, 잠깐

 

가게 방침이오

 

"총기는 입구에"

 

6연발 권총이오

 

소형 권총도 받아두고
싶으신가?

 

전부 주시게
가게 방침이오

 

벌거벗은 기분인데

 

가진 게 없는 건
다들 마찬가지라

 

사고가 날 확률은
지극히 낮을 것 같습니다

 

- 난 빠질게
- 마침 자리가 났네요

 

신사 양반들, 제가 빈자리를
채워도 되겠습니까?

 

아까 그이가 버린 패로 한다면

 

- 그러고 싶진 않은데요
- 너무 늦었소

 

판을 이미 봤잖소

 

보았으니 놀아야지

 

돈도 안 걸었잖소

 

보았으니 놀아야지

 

못 하겠다면?

 

놀아야지, 말쑥쟁이 댄

 

재밌자고 하는 일을
강요하면 되겠는가?

 

그것도 자네처럼
고약한 떨거지가 말이야

 

그리고 정정하자면
내 말 이름이 댄이고

 

- 난 버스터 스크럭스요
- 버스터 스크럭스?

 

리아타패스의 쥐새끼?

 

총도 없고

 

리아타패스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샌사바에 있는 지역이니

 

샌사바의 노래하는 새로
불렸으면 하네만

 

지금 당장 바라는 건

 

자네가 무기를 입구 옆
계산대에 맡기는 거야

 

그걸 몸에 숨기고 있는 건

 

이 가게의 방침을
위반하는 행위이자

 

마을의 규범까지
저해하는 일이거든

 

못 하겠다면?

 

전 누굴 속이거나 하는
성격은 못 되지만

 

무기가 없다면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적용할 수밖에 없어요

 

무례한 노름꾼 조는

 

다시는 노름을
할 수 없게 됐다네

 

스터드 포커와
텍사스 홀덤과도 안녕이지

 

지난 4월 즈음이었다지

 

그치가 이 술집에
드나들기 시작한 건

 

하지만 누구에게도
마음을 붙이지 못했다네

 

- 무례한 조
- 무례한 조

 

지금쯤 지옥 어디에 있는지
내 알 바 아니라네

 

- 우리가 알 바 아니지
- 그놈은 미친놈, 난 더 미친놈

 

그는 빨리 뽑았지만
난 더 빨랐기에

 

탁자로 그놈의 숨을
끊어버렸네

 

야호!
무례한 조

 

- 무례한 조
- 무례한 조

 

무례한 조를
그리워할 사람은 없지

 

무례한 조

 

사람을 보면 인상 쓰던
그 얼굴은 이제 없다네

 

더는 인상 못 쓰겠구먼
무례한 조

 

- 야호!
- 무례한 조

 

- 무례한 조
- 무례한 조

 

- 예의가 없어 무례한 조라네
- 조이!

 

무례한 조

 

옛날 옛적부터 심술궂었지
이제 바닥을 닦을 거라네

 

조? 안 돼!

 

오, 무례한 조
야호!

 

- 무례한 조
- 무례한 조

 

죽었어!

 

떨어져 나간 살점은
어디로 갔나

 

- 우린 모르지
- 그는 재미없는 친구였고

 

오늘 성격 나쁜 놈이 와서는

 

얼굴을 완전히 날려줬다네

 

야호!

 

네가 우리 형을 죽였어
이 비겁한 개자식아

 

형이 안 보고 있을 때
총을 쏴 죽였겠지

 

비통한 마음은 이해하네만
사실은 그게 아니야

 

버스터 스크럭스는
등 뒤에서 쏘지 않아

 

놈이 뒈지고 싶어 덤비다
골로 간 거야

 

댁이 버스터 스크럭스?

 

서부 텍사스의 새대가리?

 

서부 텍사스의 작은 새겠지

 

감미로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새라는 의미로

 

마음대로 하쇼

 

밖으로 나와

 

총 가지고!

 

이곳 서부에서는
어쩌 하다 보면 일이 꼬여

 

상황이 나빠지곤 합니다만

 

저런 피래미 같은 놈 정도야
간단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스크럭스!

 

스크럭스!

 

결투를 신청한다!

 

기다렸나?
권총 벨트 좀 차느라고

 

- 준비됐는가?
- 그래!

 

- 확실해?
- 그래!

 

- 셋을 셀까?
- 아니

 

다른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긴 어렵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죠

 

요놈 봐라

 

포기라는 걸 못 배웠나 보군

 

다섯 손가락에
총알 하나씩이니

 

총알이 하나밖에
안 남았네요

 

명중하길 바라야죠

 

이걸로 보면

 

보통 심장은 왼쪽에 있지만
이 거울에선 오른쪽이죠

 

우린 같은 방향을 보고 있고
총은 뒤집혀 있으니...

 

너무 멋부리진 않는 게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노래 한 곡이 떠오르네요

 

버스터 스크럭스

 

그렇소

 

듣기 좋은 소리를 내더군

 

샌사바의 노래하는 새에게
과분한 칭찬을 받는군

 

난 죽음의 전조일세

 

그쪽이 대결할 만한
상대라고 하길래 찾아왔네

 

노래와 총질에 능하다고?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또 한 명의 젊은이네요

 

장의사업을 시작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 하는 일을 관두면

 

다른 이에게
득이 될 테니까요

 

그렇지만 검은 정장은
별로 입고 싶지가 않아요

 

- 셋을 셀까?
- 아니

 

이런, 당했군

 

이런 날이 올 걸
예상해야 했네요

 

영원한 최고는 없으니

 

이봐, 친구

 

더 빠른 총잡이가

 

저쪽에서 올 걸세

 

내일이 오면

 

이봐, 친구

 

얼마 남지 않았네

 

자네가 마지막으로
카우보이의 노래를 부를 날이

 

이피 카이 예이
죽음의 끝에서

 

이피 카이 예이
모닥불이 꺼질 때

 

이피 카이 예이
카우보이는 기억되리라

 

그가 박차를 날개와 맞바꿀 때

 

그들이 나의 몸을
얇은 천으로 감쌀 때

 

사람들은 내 총을 취하고
내 부츠를 벗겨가겠지

 

내 말에서 안장을 내리게

 

방랑하고 싶어
몸이 근질댈 테니

 

나는 천국으로 가는
길목에 있겠네

 

나의 말을 타고 달려

 

이피 카이 예이
죽음의 끝에서

 

이피 카이 예이
모닥불이 꺼질 때

 

이피 카이 예이
카우보이는 기억되리라

 

그가 박차를 날개와 맞바꿀 때

 

이피 카이 예이

 

난 영예로운 곳으로 가네

 

댕그랑대는 소리가 없는

 

나는 총을 내려놓았어

 

저 위에 분명히 있을 겁니다
인간이 멸시받지 않고

 

공정한 포커 게임을
하는 곳 말이죠

 

그렇지 않다면 이 노래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거기서들 다시 만납시다

 

거기선 다 함께 노래 부르며

 

그간의 모든 비열함을
말끔히 털어버리자고요

 

"지금 어딘가에
또 한 명의 아이가 있다"

 

"노래와 총질을 배우며
전설이 되길 꿈꾸는 아이"

 

"언젠가 그는
그 아이를 만날 테고"

 

"다르고도 같은 이야기가
또 생겨날 것이다"

 

"'냄비를 맞혔군!'
노인이 소리쳤다"

 

"알고도네스 인근
카우보이가 은행을 쳐다봤다"

 

"은행 설립 당시
그 위치와 이름을 놓고"

 

"마을이 떠들썩했음을
모르는 눈치였다"

 

"투컴캐리 제1 연방 신탁
& 공증 사무소"

 

"더러운 물"

 

멋진 건물이군요

 

예금주들을 위한
편의 시설이지요

 

그게 누군데요?

 

그야 발베르데나 클로라이드
투컴캐리 지역 주민들이죠

 

3개 카운티 전역에서 와요

 

심지어 한 번은 은행에서
싸움이 난 적도 있었는데

 

산탄총을 들고
이 접수대 위로 올라가

 

싸움을 진압해야 했어요

 

그게 은행 업무예요

 

별의별 일이 다 있어요

 

털려본 적도 있나?

 

물론이죠, 두 번이었는데
미수로 끝났답니다

 

한 놈은 제가 쏴 죽였고
빙고!

 

다른 한 놈은
보안관한테 신고했는데

 

그놈 두 다리가 부러져
저쪽 금고에 가둬놨었죠

 

보안관이 한 달에
한 번밖에 안 오거든요

 

지난주에야 겨우 왔는데

 

도둑놈을 넘겨받고도
입 싹 닦습디다

 

3주 동안 내 금고에
나뭇잎과 오줌만 쌓였지

 

지금은 유마에 있어요
돌을 걷어차며 투덜대고 있겠죠

 

이름이 뭐라더라
쉬빌리... 슈빌리!

 

그 이름이 맞을 겁니다
부친이 그 뭐더라...

 

프랑스에서 왔다나

 

현금 몽땅 내놔

 

알았어요
잘 알아들었다고요

 

고액 지폐는 제가 몸을...

 

숙여야 해요

 

야, 이리 와

 

티미, 튀어와!

 

인마!

 

냄비를 맞혔군!

 

냄비를 맞혔군!

 

냄비를 맞혔군!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형을 집행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할 말 있나?

 

형이라니?

 

무슨 형을 내릴 건데?

 

우린 은행 강도 미수에 대한
법적 절차를 진행했어

 

자네는 대개
정신을 놓은 상태였지만

 

뉴멕시코의 여느 재판처럼
공정하게 진행됐지

 

이 친구들이 유죄를 선고했고

 

내가 사형을 통과시킨 뒤
이 나무를 발견했어

 

이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봐

 

형을 집행하기 전에

 

그 냄비로 중무장한
우라질 은행 놈은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았다고 봐

 

그렇군

 

그게 다야?

 

그런 거 같아

 

- 말 가져도 돼?
- 안 돼, 내가 가질 거야

 

둘 중 누구한테
말을 주고 싶은가?

 

서로 가진다고 싸울 텐데
좀 도와주시지?

 

아무한테도 주기 싫은데

 

이기적인 개자식

 

진정해

 

젠장, 가만있어

 

움직이지 마

 

제발

 

이봐요!

 

여기요!

 

코만치족?

 

- 네
- 그렇군

 

가만히 있어요

 

소몰이를 도와줘
정말 고맙게 생각하오

 

애빌린까지 같이 가줄 친구를
둘이나 고용했는데

 

날이 더워지니
보수가 적다고 투덜대더니

 

결국 떠나버려서
혼자 여기까지 왔지 뭔가

 

믿을 수 없는 벗이었던 거지

 

그 녀석들은
조수의 기본도 몰랐던 거요

 

그쪽이 이렇게
쭉 도와주면 좋겠구먼

 

우리가 잘 맞는 거 같아

 

믿을 만한 사람 같아
제안하는 거라네

 

조수는 믿을 만한
사람이어야 하니까

 

조수로서의 덕목이거든

 

내가 잘 안다고 믿었던
한 카우보이 놈은...

 

빌어먹을!

 

판사님 앞에서는
모자를 벗어

 

- 저 자식은 무슨 짓을 했나?
- 판사님...

 

입 다물어!
이 자식은 소 도둑입니다

 

- 혐의라고 해야지
- 네, 판사님

 

- 판사님, 전 절대...
- 입 다물어!

 

도둑맞은 소 떼를 몰다
붙잡혔습니다

 

됐네, 매달아

 

처음인가요?

 

예쁜 아가씨로군

 

"행정부는 죄인들의 시신이"

 

"묘지를 오염시킨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았다"

 

"자비라는 것은 본디
강요되는 것이 아니오"

 

"그것은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고마운 비와 같습니다"

 

"밥줄"

 

"겨울이 점령했던 산속에
길이 열리고 마차가 지나간다"

 

"그 길에 줄지어 선
사시나무과 소나무가"

 

"지나가는 남자를
무심히 바라본다"

 

"탈리아의 마차
심야 불가사의한 마법 쇼"

 

"단 하루! 해리슨 교수
날개 없는 개똥지빠귀"

 

"유명 배우, 연사
그리고 인기 연예인"

 

고대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네

 

그가 말했지
'몸통 없는 거대한 두 다리가'

 

'사막에 서 있었어'

 

'근처 모래 위에는 반쯤 묻힌
깨진 두상이 누워있었는데'

 

'찌푸린 표정을 하고
그 주름진 입술에서는'

 

'독선의 냉소가 감돌고 있기에'

 

'조각가가 그 정열을
잘 읽었음을 알았지'

 

'그리하여 생명 없는 물체 위에
각인된 채 살아남은 거야'

 

'그것을 조각한 손과'

 

'그 가슴은 사라졌지만'

 

'그리고 받침대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있었지'

 

'나의 이름은'

 

'오지만디아스'

 

'왕 중의 왕'

 

'강대하다는 자들아
나의 위업을 보고 절망하라!'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뭉툭하게 삭아버린
그 엄청난 잔해의 주위로'

 

'끝없이 황량하고'

 

'고독한 모래만이
고르게 펼쳐져 있을 뿐'

 

'멀리까지'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감미롭고 조용한
명상의 시간에

 

나는 과거의 일들을
떠올린다...

 

나 홀로 버림받은
신세를 한탄할 때

 

귀 없는 하늘에다

 

헛되이 울부짖으며...

 

여든하고도 일곱 해 전에...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 우리의 잔치는 끝났다

 

내 일러두었듯이
우리의 배우들은

 

모두 정령이었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노라

 

감사합니다

 

뼈대 없는 구조와 같은
이 환영은...

 

영국 런던 거리에서
저 애를 주웠답니다

 

- 팔다리도 없고
- 호화로운 궁정들...

 

- 엄숙한 사원들...
- 엄마도, 돈도 없이

 

광대한 지구도

 

- 진정 세상의 모든 사물이 녹아
- 감사합니다

 

- 이제는 사라진 저 환영처럼...
- 젊은 예술가에게 보태주십쇼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조금만 더, 어서

 

자, 됐다

 

"단 하루! 해리슨 교수
날개 없는 개똥지빠귀"

 

그들이 들판에 있을 때에

 

가인이 그의 아우
아벨을 쳐 죽이니라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니이까'

 

이르시되...

 

감미롭고 조용한
명상의 시간에

 

나는 과거의 일들을 떠올린다

 

갈구하던 것들을
모두 갖지 못함에 한숨짓고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옛 비애를 새삼 개탄하노라

 

메말랐던 내 눈을
눈물로 적실 수 있고

 

죽음의 끝없는 밤 속에
숨어있는 벗들을 위하여

 

오래전에 잊힌 비련을
다시 슬퍼하고

 

사라진 많은 모습의
상실을 탄식하노라

 

신의 가호 아래, 이 땅에
새로운 자유를 탄생시키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 우리의 잔치는 끝났다

 

우리의 배우들은...

 

고대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네...

 

그것은 그를 축복하여
그로 하여금...

 

갈구하던 것들을
모두 갖지 못함에 한숨짓고

 

고대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네...

 

내 죄벌이 너무 중하여
견딜 수 없나이다

 

생명 없는 물체 위에
각인된 채...

 

여든하고도 일곱 해 전
우리의 선조들은...

 

고대에서 온
여행자를 만났다네

 

상실을 탄식하노라...

 

도망자...
부서진 두상 하나가...

 

땅에서 피하며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

 

그대의 사랑을 생각하면
부자가 된 듯하니

 

그때는 왕들과
내 운명 바꾸기를

 

거부하리라

 

그들은 그녀의 목에
밧줄을 감았지

 

윌라 윌라 와야

 

그들은 그녀의 목에
밧줄을 감았지

 

사이예 강가에서

 

그들은 밧줄을 당겼고
그녀는 죽었다네

 

윌라 윌라 와야

 

그들은 밧줄을 당겼고
그녀는 죽었다네

 

사이예 강가에서

 

낡았지만 참 예뻤지

 

색감도 좋았어

 

데리, 어흐림, 에니스킬런
그리고 보인에서도 쓰였지

 

아버지가 어릴 적에 쓰셨지

 

그 옛날 옛적에도 쓰였지

 

12일이 되면

 

나도 아버지가 쓰셨던
그 띠를 둘러볼 테야

 

그래, 아버지가 쓰셨던
바로 그 띠를

 

마을로 가자!

 

각지에서...

 

좋아

 

됐다

 

자기 친구도
하고 싶은 거 아냐?

 

아닐걸

 

경험이 있기는 해?

 

한 번

 

운명도

 

세인의 눈도 나를 천시할 때

 

나 홀로 버림받은
신세를 한탄할 때

 

귀 없는 하늘에다
헛되이 울부짖으며

 

내 몸을 돌아보고

 

내 운명을 저주하나니

 

소원하건대 좀 더
희망찬 사람이 되기를

 

그와 같은 생김새에
그와 같은 벗들을

 

가지게 되기를...

 

이자의 기술과
저자의 안목을 욕망하네

 

내 가장 즐기는 것들이
가장 부족할 때에

 

그러나 이런 생각으로
나를 경멸하다가도

 

우연히 그대를 생각하고
그리하여 나의 처지는

 

첫 새벽 적막한 대지로부터
날아올라

 

천국의 문전에서 노래하는
종달새처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이제 우리의 잔치는 끝났다

 

내 일러두었듯이
우리의 배우들은

 

모두 정령이었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노라

 

뼈대 없는 구조와 같은
이 환영은...

 

구름 높이 솟은 탑들
호화로운 궁정들...

 

신사 숙녀 여러분
한 번에 한 분씩요

 

21을 3으로 나누면?

 

그렇죠!
정답이 나왔습니다

 

정답을 알려드립니다

 

이놈이 맞힐까요?
과연 똑똑한가요?

 

이놈은 독학으로 깨우쳤어요

 

학교를 안 다녔죠

 

신사 숙녀 여러분
한 번에 한 분씩요

 

닭 대가리를 시험해보세요

 

일명 '수학자 갈루스'가
즉석에서 정답을 맞힙니다

 

7 더하기 3은?

 

- 11 곱하기 2!
- 네, 거기요

 

11 곱하기 2 가보죠

 

닭이 지금 계산 중입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정답을 맞힐지 잘 보십시오

 

22입니다!

 

- 천재 닭 아닙니까!
- 18 빼기 7

 

18 빼기 7

 

11!

 

11입니다, 여러분!

 

암산하는 닭이에요!

 

쪼아대는 피타고라스!

 

"그렇게 그들은 계속해서
절정을 향해 여행했고"

 

"배경은 조는 남자의 눈에
희미해졌으며"

 

"닭의 머릿속에
어렴풋이 그려졌다"

 

"장엄하게 펼쳐진 대지에서
그는 사람의 흔적도"

 

"사람이 있었던 흔적도
보지 못했다"

 

"금빛 협곡
협곡의 중심은 푸르렀다"

 

"그곳은 사방의 벽에
융통성 없이 가로막혀..."

 

그대의 머리카락은
사랑스러운 은빛으로 반짝이고

 

이마는 온통 근심으로 주름졌네

 

그대 사랑스러운 손가락에
입을 맞추리라

 

날 위해 수고한 그 손가락

 

오, 신이여
축복을 내려주소서

 

그리고 지켜주소서
내 사랑하는 그대를

 

가자, 럭키

 

이마는 온통 근심으로 주름졌네

 

그대 사랑스러운 손가락에
입을 맞추리라

 

날 위해 수고한 그 손가락

 

오, 신이여
축복을 내려주소서

 

그리고 지켜주소서...

 

아마도

 

 

하나도 없군

 

다른 데로 가보자

 

 

일곱

 

열둘

 

다섯, 줄어들었군

 

 

 

다시 하나도 없어

 

좋아

 

저 위로 금광이 있어
얼마나 멀지는 몰라

 

저 위에 있지

 

이봐, 금광 양반

 

좋아

 

내가 간다!

 

내가 간다고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갈 테니까

 

어디에 있는 거냐?

 

왼쪽 아니면 오른쪽?
아니면 중간에?

 

두고 봐야 알겠지, 안 그래?

 

두고 봐야 알겠지

 

잘 자게, 금광 양반

 

꼼짝 말고 있어!

 

젠장

 

하나만 가져가자

 

새 대가리로 수를 세면
얼마나 세겠어?

 

거의 쓸만했는데

 

너 거기 있지?

 

얼마나 깊이?

 

거의 다 왔어

 

널 찾고 말겠다

 

널 찾을 거야

 

오늘은 안 되겠지만
꼭 널 찾고 말겠어

 

넌 나한테서 도망 못 가

 

내일 보자고

 

난 늙었지

 

넌 더 늙었어

 

나도 늙었지만

 

넌 더 늙었어

 

그렇고말고

 

쓸만하군

 

쓸만한 걸 찾았어

 

꼬맹아

 

아빠는 어디 있니?

 

덩어리와 큰 덩어리

 

여기 있었구나

 

안녕하시오, 금광 양반

 

반갑소, 금광 양반!

 

이 쥐새끼 같은 놈!

 

날 따라와서는

 

일 다 해놨더니

 

등 뒤에서 날 쏴?

 

등 뒤에서!

 

쥐새끼 같은 놈!

 

뒤에서 날 쐈어!

 

깨끗하게 관통했어

 

급소는 다 비껴갔다!

 

급소는 다 비껴갔어!

 

다 비껴갔다고

 

배만 뚫렸을 뿐이야!

 

걱정 마, 금광 양반

 

다시 올게

 

이대로 돌아가지 않아

 

네 몫은 알아서 캐
이 쥐새끼 같은 놈

 

가자, 럭키

 

그대의 머리카락은

 

사랑스러운 은빛으로 반짝이고

 

이마는 온통

 

근심으로 주름졌네

 

그대 사랑스러운 손가락에
입을 맞추리라

 

날 위해 수고한 그 손가락

 

오...

 

신이여, 축복을 내려주소서

 

그리고 지켜주소서
내 사랑하는 그대를

 

모든 슬픔과 치유는

 

지나간 시간 속에

 

빛을 받아 환해졌으니...

 

"초원 위의 말굽 자국과
구멍 뚫린 산비탈만이"

 

"그곳의 평화를 깨뜨리고 간
요란한 삶의 흔적으로 남았다"

 

"아서 씨는 빌리 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낭패한 처자"

 

"할리데이 부인의 식탁은
활기로 가득했다"

 

벽 너머로 들렸어요

 

그 작자가
이상한 소리를 내더군요

 

본인은 기침한 거라며
둘러댔지만

 

겁이 잔뜩 났죠
그런 기침 소리는 처음이라

 

시럽에 영약을 먹어도
기침이 멈추질 않았고

 

소리가 무시무시하게 컸어요

 

킨케이드 씨가 떠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염성 있는 기침은 아니었어요

 

여기 와서 병 걸린 사람은 없어요

 

그 기침은 신경성이었어요

 

내가 전염성 기침 환자에게
방을 내줄 리가 없잖아요

 

신경성 기침이라니
처음 들어보네요

 

곧 다른 곳으로 가신다죠?

 

신경계는 덩굴처럼 우리 몸
전체에 이어져 있어요

 

책에서 그림을 봤죠

 

신경계에 덩굴은 없어요

 

내가 의학 박사나
식물학자는 아니지만

 

신경계가 몸 전체에
뻗어있다는 건 확실해요

 

그렇게 온몸에 퍼져
신체의 다양한 상태를

 

신경계가 받아들이고
모방한다고 봐요

 

플래너리 부인 말씀에
일리가 있어요

 

저도 그 그림을 봤죠

 

킨케이드 씨가 전염병을
앓지 않았다는 것만 알아둬요

 

- 그런 자에게 방 안 내줘요
- 닭고기와 덤플링 더 있나요?

 

제가 마지막으로
그릇을 받았거든요

 

물론이죠, 이 식탁에선
누구나 공평하게 받아요

 

터너 할머님은
다 드신 것 같군요

 

다 드셨어요, 터너 할머님?

 

다 드셨네요

 

그럼 내일 미지의 땅으로
떠나시는 건가요?

 

네, 오빠와 함께 아침에
오리건으로 떠나요

 

오리건에 연고라도 있나요?
아니면...

 

터너 할머님은 다 드셨으니
거기서 덜어가세요, 할레디이 부인

 

연고가 있는 건 아니고

 

오빠가 아는 분은 있어요

 

말씀드려, 앨리스
쑥스러워할 거 없어

 

앨리스에게
기쁜 소식이 있어요

 

저...

 

저 결혼해요
하게 될지도 몰라요

 

오빠의 동료분과요

 

상당한 자산가죠

 

결혼하게 될지 말지
확실히 몰라요?

 

그 사람이 청혼을 안 했나요?

 

그게...
그 사람은...

 

일단 만나면 청혼할 겁니다
앨리스 정도면 합격점이죠

 

서로에게 어울리는 상대예요

 

저는 그자와
사업을 같이할 건데

 

짝을 만나면 결혼하겠다고
그자 입으로 그랬죠

 

앨리스는 마음만 먹으면
사교적이고 매력적인 여자거든요

 

마음을 안 먹어서 그렇지

 

내가 보기에
앨리스는 매력 그 자체예요

 

정말 그리울 거예요
롱거바우 아가씨

 

당신도요, 롱거바우 씨

 

롱거바우 씨의 강아지도
그리울 겁니다

 

귀여운 '피어스 대통령'
참 복덩이예요

 

어디 갔지?

 

길버트?

 

응, 말해

 

두 사람이 나한테
피어스 대통령을 물어봤어

 

묻다니?

 

불평했다고 봐야지

 

뭘?

 

짖는 거

 

그랬구나

 

너한테 왜?

 

내 개인 줄 알았나 봐

 

피어스 대통령이 겁이 많아
그런 걸 어쩌라고

 

자기보다 덩치 큰 동물을 보면
흥분하는 거잖아

 

대부분의 동물이
피어스 대통령보다 크지

 

그래서?

 

사람들이...

 

윌래밋밸리까지 가는 내내
짖을 건지 물었어

 

그러면 어쩔 건데?

 

소유권이라는 게 있어
그 개는 내 소유고

 

내 소유인 개가 짖는 거야
어쩔 수 없어

 

넌 뭐라고 했는데?

 

글쎄...

 

그렇게 말하진 않았지

 

네가 뭐라고 했을지
상상이 간다

 

앨리스, 때로 내 권리를
주장할 줄 알아야 해

 

부인

 

아가씨?

 

조의를 표합니다

 

유감이에요

 

돌아갈 거죠?

 

이제 돌아갈 건지...

 

죽었어요

 

정말 유감입니다

 

- 삽을 가져올게요
- 어제 아침엔...

 

멀쩡했어요

 

- 급성 콜레라예요
- 돌아갈 건지 물어봐

 

돌아가실 건가요?

 

계속 가시겠어요?

 

도로 돌아가실지
목적지로 가실지요

 

돌아가다니...

 

어디로요?

 

전 아는 사람이 없어요

 

그...

 

삽 가져오죠

 

뭔가 표시를 해두시겠어요?

 

그럼, 그냥 두죠

 

인디언 눈에 안 띄는 게 낫죠

 

우릴 건드리진 않아요

 

마차 행렬을 공격했다간
자기들도 손해니

 

그래도 시체는 뒤질 겁니다

 

길잡이는 있으시겠죠
롱거바우 아가씨?

 

네, 맷이에요

 

그자가 행렬을 이끌 겁니다

 

지금껏 그랬어요

 

오빠는 별로 관여 안 했죠

 

저나 아서에게 말씀하세요
혹시라도...

 

- 어쩐 일로?
- 앉아 계세요

 

냅 씨에게
조언을 구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같이 드시겠어요?
아니면 커피라도 드릴까요?

 

아뇨, 전 괜찮아요

 

제 길잡이 맷이 그러는데

 

오빠가 포트래러미에 도착하면

 

임금의 반을 준다고 했대요

 

- 그게 얼마래요?
- 200달러요

 

200달러가 반이에요?

 

 

나머지 반은
윌래밋밸리에 가면 준다고

 

- 비싸네
- 과한 금액이네요

 

그래요?

 

- 비싸요
- 거짓말 아닌가요?

 

이제 오빠가 없으니...

 

모르겠어요

 

오빠가 거래에 밝은
사람은 아니었어요

 

아이오와시티에서
사업을 했다가 망했고

 

그전에도...

 

기대에 어긋났군요

 

비싼 겁니다

 

문제가 하나 더 있어요

 

마차에 돈이 없어요

 

오빠가 돈을
조끼에 넣어둔 것 같아요

 

그럼 아직도 있겠네요

 

- 반나절은 가야 해
- 어디로요?

 

시신은 어떻게 찾고

 

안 되겠네요

 

일단 포트래러미까지
길잡이와 조용히 지내세요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엔...

 

제가 얘기해볼게요

 

거짓말인지 아닌지
한번 떠보죠

 

400달러라니
난 모르겠네

 

생각 좀 해봐야겠어요

 

아가씨?
얘기 좀 하실까요?

 

그러죠, 냅 씨
같이 식사하시겠어요?

 

말씀은 고맙지만
전 먹었어요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그쪽 개 때문에
사람들 불만이 심해서요

 

피어스 대통령, 맞죠?

 

- 그쪽 개가 틀림없는데
- 제 개가 아니에요

 

- 네?
- 저 개는...

 

오빠 개예요

 

시끄러운 거 저도 아는데
저도 방법이 없어요

 

난 또 그쪽 개인 줄 알았죠

 

그럼 간단히 해결되겠네요

 

제가 죽여드릴까요?

 

그냥 겁줘서 쫓아버리면
안 될까요?

 

그렇게는 안 돼요

 

먹을 걸 얻으려고
계속 따라올 겁니다

 

그리고 늑대가
장난칠 수도 있어요

 

잡아먹기 전에

 

빨리 처리하는 게 낫죠

 

그렇군요, 알겠어요

 

바로 처리하죠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맷과 얘기를 했는데

 

물러서지 않더군요

 

잘 알겠습니다

 

애써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가자, 강아지야

 

피어스 대통령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튀었어요

 

잽싸게 달아났네요

 

조준이 틀린 것 같아요

 

세상에

 

그냥 아서에게 맡길걸

 

명사수거든요

 

- 아서였다면...
- 수고 많으셨어요

 

피어스 대통령이
다시 나타나진 않을 겁니다

 

자꾸 귀찮게 해서 죄송해요

 

전혀 귀찮지 않습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해요

 

식사도 못 하게 하고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제 일이 행렬을 무사히
목적지까지 이끄는 겁니다

 

- 상황이 안 좋아졌어요
- 그래요?

 

맷이 오빠와 합의한 내용을
확실히 해달라네요

 

포트래러미와 오리건에서
각각 합의한 금액을 주겠다고

 

확실히 약속하래요

 

제가 약속하지 않으면
떠나겠다고요

 

돌아가는 무리를 만나면
바로 떠나겠대요

 

당신을 남겨두고요?

 

이 황량한 곳에
마차와 덩그라니요?

 

 

이런, 이런

 

- 그런데...
- 여기 좀 앉으세요

 

- 상의를 해봅시다
- 썩 내키진 않지만

 

맷의 입장에서는
그럴 만한 것도 같아요

 

돈 벌자고 하는 일이니까

 

상대방까지 배려하다니
마음이 참 넓군요

 

그런데 뭐라고 하죠?

 

사실대로 무일푼이라고
말하는 게 옳은 거겠죠?

 

옳은 일이라...

 

롱거바우 아가씨

 

제가 맷 대신
그쪽 일행을 이끌거나

 

마차를 돌볼 순 없어요

 

- 아서는...
- 그런 부탁은 안 해요

 

그럼요, 당신 말고
내 생각이 그렇다고요

 

아서와 저는 각각
행렬의 앞뒤를 담당합니다

 

교대로 앞뒤를 맡으며
행렬을 밀고 끄는데...

 

하루만 제가 시키는 대로
해보겠어요?

 

물론이죠, 어떻게요?

 

맷에게 오빠와 합의한 내용을
약속한다고 하세요

 

생각을 좀 더 해봐야겠어요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만...

 

- 그건 아닐 것 같아요
- 미친 짓이 아니겠죠

 

두고 봐야죠

 

하루만 시간을 줘요

 

아서와 상의해보고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옳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그 길잡이의 노동을
하루치만 더 쓰는 거니까

 

좀 어때요?

 

뭐가 더 골치일까요?

 

흙먼지? 진흙탕?

 

둘 다겠지

 

그게요

 

롱거바우에게 청혼할까 해요

 

그렇군

 

네, 그래서...

 

만약 내 청혼을 받아주면

 

오리건에 정착하려고요

 

이걸로 길잡이는 끝이겠죠

 

농사를 지을 거예요

 

청혼부터 해봐야겠죠

 

다시 앞으로 갈게요

 

아니면 위치 바꿀까요?

 

아니

 

- 수고하세요
- 그래

 

- 아가씨
- 안녕하세요, 냅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미친 짓에 대해
생각 좀 하셨나요?

 

 

그 얘길 하기 전에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 물론이죠
- 오리건에서...

 

어떤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는 거죠?

 

잘 모르겠어요

 

오빠가 아는...
알던 사람이 거기 있어요

 

베린 씨라고
과수원이 하나 있대요

 

하나 이상일 수도 있고
짐마차 운반업도 한다고요

 

오빠와 베린 씨가
어떻게 아는 관계인지

 

어떤 일자리를 구한 건지는
정확히 말하지 않았어요

 

오빠의 기억력을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기회를 너무 좋게만
말했을 수도 있고

 

제 혼사 문제도
억측일지 몰라요

 

유감스럽게도 그 부분까지
의심하게 됐네요

 

그렇군요

 

그럼 확실히 결혼한다는
보장이 없는 거네요

 

합의한 게 아니니

 

맞아요

 

그렇다면...

 

저의 제안은 이겁니다

 

정중하게 제안하건대

 

오빠가 길잡이에게 진 빚을
제가 갚을 테니...

 

저와 결혼하시겠습니까?

 

정중하게 제안하는 겁니다

 

놀라셨군요

 

- 죄송해요
- 아니에요

 

왜 이런 제안을 하게 됐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안 그러면
파렴치한으로 보이겠네요

 

제가 고민하던 문제가 있어요

 

마차 행렬을 감독한 지
15년 됐는데

 

12년을 아서와 같이 일했죠
그분은 최고예요

 

최고의 베테랑인데
나이를 먹고 있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점점 힘드신가 봐요

 

- 땅바닥에서 자는 건...
- 네

 

가족도 없고
땅바닥에서 주무시니

 

- 네, 쉬운 일이 아니죠
- 그분을 보면...

 

저는 지금 나이가 다 찼거든요

 

정착해서 늙으면 절 돌봐줄
자식을 낳을지 말지

 

고민할 나이죠

 

지금이 아니면 늦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처녀나 과부를 만난다면

 

어쩌면...

 

- 네
- 남자답게 다가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알겠어요

 

1872 정부 보조금에 대해
들어봤어요?

 

아뇨

 

오리건에 정착하면
320ac의 땅을 받는대요

 

부부라면 640ac가 되죠

 

제가 알기로...

 

포트래러미에 가면
혼인을 인가받을 수 있어요

 

하느님의 뜻을 따르시나요?

 

 

감리교 신자입니다

 

당신은요?

 

성공회요

 

영세명은 뭔가요?

 

윌리엄이에요

 

이름은 빌리 냅이죠

 

전 앨리스 롱거바우예요

 

저도 생각할 시간을 가질게요

 

그러셔야죠

 

그럼...

 

맷은 계속 두실 건가요?

 

돈을 주겠다는 약속도
그대로요?

 

- 뭐 하니, 이즈리얼?
- 뒤로 걸어요

 

오리건까지 계속
뒤로 걸을 거예요

 

- 하지 마
- 왜 하지 마요?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 말라잖아!

 

여기서 식사하시죠!

 

고마워요

 

너무 멀리 가진 마세요

 

여긴 망망대해 같군요

 

길을 잃기 쉽겠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려고요

 

앨리스, 행여 내가
고집스럽게 보일까 봐...

 

내 제안을 거절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또 있어요

 

다른 마차의 길잡이에게
소를 임금으로 주고

 

일을 해달라고 하면 돼요

 

우리가 오리건까지
무사히 데려다줄게요

 

다른 대안이 없어
날 선택하진 않았으면 해서요

 

전 당신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렇군요

 

당신이 고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그렇군요
- 제 오빠야말로 고집이 셌는데

 

사업에 성공하진 못했죠

 

좌절감이 컸을 거예요

 

- 고인이 되어 유감이에요
- 네

 

하지만 주님과 함께 있잖아요

 

이제 아무 걱정 없어요

 

맞아요, 오빠는
고달픈 삶을 살았죠

 

저도 오빠와 함께 지내는 게
힘들었고요

 

늘 노심초사하며 지냈어요

 

오빠는 파리 한 마리도
못 죽이는 사람이었지만

 

그냥...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베린 씨와 무슨 얘길 할지
생각만 해도 두려웠는데

 

당신과는...

 

정말이지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요

 

서로에게 위안이
되어줄 것 같네요

 

그런 관계가
되길 바라기도 했어요

 

네, 그럴 것 같아요

 

힘내! 더 세게 밀어!

 

저기...

 

롱거바우 아가씨가...

 

내 청혼을 받아들였어요

 

아서는 혼자서도
잘하실 거예요

 

당연하죠

 

아서 같은 기술자는
없어서 못 구하니까

 

망할 놈의 줄이 어디 갔지?

 

됐네, 여기 있군

 

그분은 정말 대단해요

 

대초원을 책 읽듯이
보시는 분이죠

 

촉이 얼마나 밝으신지

 

신이 우리에겐
5개의 감각을 주셨지만

 

아서에겐 몰래 하나를
더 준 것 같다니까요

 

그럼에도...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도리에 어긋나는 짓을
하는 것 같고

 

사람의 첫째 의무는
가족을 지키는 거예요

 

- 네, 그렇지만...
- 죄송해요

 

보편적 잣대로
너무 쉽게 재단했네요

 

- 그래요
- 오빠가 늘 그랬거든요

 

항상 보편적 개념에 따랐죠

 

확신에 차 있었어요

 

노예제 찬성파였나요?

 

그걸 어떻게... 아!

 

맞아요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을
신봉했죠, 그래요

 

오빠는 정치적 신념이
확실했어요

 

모든 일에 굳은 신념이 있었죠

 

내가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하다며 혼냈어요

 

난 오빠처럼
만사에 확신이 없어서

 

그게 제 단점 같아요

 

그건 단점이 아니에요

 

절대

 

불확실함은

 

이 세상을 사는 데
필요한 요소죠

 

오직 눈앞에 있는 것만이
우리에게 확신을 주니까

 

맞아요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면
확실성이 부여되긴 해도

 

그게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먼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존속하는 당위성이 있나요?

 

그런데도 우린 서둘러
또 다른 당위를 만들어내죠

 

편리한 게 좋으니까요

 

그게 당연하면

 

일이 쉬워지니까

 

당신이 말했듯이요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니라'

 

정말 그래요

 

정말

 

아서 씨, 뭐가 있나요?

 

말 발자국이오

 

가던 길 가시게

 

난 냅과 얘기해야겠소

 

이봐!

 

여자분은 어디 있지?

 

네?

 

롱거바우 아가씨
어디 있지?

 

- 저쪽으로 갔어요
- 저쪽에? 왜지?

 

몰라요, 개 짖는 소리가 났어요
피어스 대통령요

 

- 저게 뭐예요, 아서 씨?
- 개쥐라고 합니다

 

- 정말 귀엽지 않아요?
- 저기, 아무래도...

 

피어스 대통령이 저 생물체를
파악하는 중인가 봐요

 

자기가 쫓아야 할
다람쥐인지

 

- 아니면 다른 개인지
- 내려요

 

- 네?
- 당장 내려와요

 

- 내려와요!
- 아서 씨!

 

언덕 아래로 앉아요

 

하지만...

 

시키는 대로 하세요

 

- 마차로 안 돌아가나요?
- 지금은 아닙니다

 

공격을 당하게 생겼어요

 

내가 전한 말에 답이 없어요

 

개쥐가 득실대는 초원을
가로질러 도망갈 수도 없고요

 

미개인은 하나뿐인데요

 

계속 보세요

 

전쟁을 일삼는 패거리죠
우리가 쉬운 상대로 보였나 봐요

 

서둘러 공격할 겁니다

 

곳곳에 파인 개구멍이
저들에게도 안 좋고

 

전투 전략에 무지하니까요

 

앞뒤로 나눠 공격해오면
속수무책인데

 

바보같이 떼거리로
달려들고 있어요

 

죄송합니다만
이제 몸을 낮추세요

 

이거 받으시고

 

- 싫어요
- 받아요, 어서

 

총알이 2개 들었어요
인디언을 쏘라는 게 아니에요

 

내가 방어에 실패하면

 

아가씨를 쏜 다음
나도 날 쏠 거요

 

하지만 내가 먼저 죽으면
알아서 해야 해요

 

빗나가지 않도록
총구를 여기에 갖다 대요

 

- 싫어요!
- 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저들에게 잡히면
안 좋은 꼴을 당할 거요

 

옷을 찢어 발가벗긴 후
강간할 겁니다

 

그런 다음 생가죽을 벗기고

 

몸 한가운데에 말뚝을 박아
땅에 꽂은 후

 

다른 몹쓸 짓을 더 할 텐데
그렇게 당할 순 없잖소

 

아직 패배하진 않았어요

 

그러나 그리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죠?

 

우릴 겁주려는 겁니다

 

우린 눈 하나
깜박 안 하죠, 그렇죠?

 

네, 맞아요

 

가운데에 있는 놈이
우두머리인데

 

저놈을 쏜다면 저들에게
나쁜 징조가 되니

 

나머지는 싸울 의지를 잃고
그냥 갈 겁니다

 

뭐가 됐든
치열한 싸움이 되겠죠

 

개구멍이다!

 

개구멍!

 

이제 지형을
파악한 모양이군요

 

이번에 올 때는
목적이 분명할 겁니다

 

괜찮아요?

 

 

온종일 저러진 않을 거요

 

이번에 결판이 날 거예요

 

와라

 

- 아서 씨?
- 나오지 마세요

 

오, 이런

 

가엾은 것

 

그럴 필요 없었는데

 

안타깝군

 

"행렬에서 벗어난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걱정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

 

"아서 씨는 빌리 냅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마부는 멈추지 않았다"

 

"시체"

 

"사냥꾼은 떨어지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

 

몰리가 사랑하는 연인에게 물었네
소박한 시골 소녀의 미소로

 

둘이 휴가를 떠날 건지

 

둘은 모나의 섬에서
항해를 시작하여

 

런던에 무사히 도착했다네

 

몰리는 감탄하는 남자들에
둘러싸여 길을 잃었고

 

이날까지 행방을 알 수 없네

 

몰리를 본 사람 어디 없나요?

 

M-O-L-L-Y

 

몰리를 본 사람 어디 없나요?

 

가능하다면
그녀를 찾아주세요

 

피골이 상접한 여자는 아니에요

 

그녀의 외모는 잘 알려져 있죠

 

몰리를 본 사람 어디 없나요?

 

몰리는 맨섬 출신이랍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잠을 깨우려던 건 아니에요

 

잠을 깨운 게 아니오

 

잠을 잔 게 아니니까

 

아, 그러세요?
주무신 게 아니군요

 

누구든 저 때문에 불편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얼마나 더 가야 할 것 같소?

 

얼마 안 남았어요
예상보다 빨리 도착하겠는걸요

 

포트모건은
처음이신가 보군요

 

내가? 아닌데

 

- 댁은?
- 네, 여러 번 가봤습니다

 

화물을 싣고요

 

자네 동행?

 

누군가의 동행이긴 하겠죠

 

- 안 그런가, 클래런스?
- 누군가이긴 하겠죠

 

- 연인?
- 누군가에게는요

 

모르는 사람이었소?

 

마지막에서야 알게 됐죠

 

아니, 난 포트모건에
가본 적 없소

 

난 도시를 잘 모르오

 

이제까지 사냥꾼으로
거의 혼자 살았지

 

종종 생가죽을 들고
마을로 내려가곤 한다네

 

가죽도 팔고
말하기 연습도 하려고

 

사람이라면 말하는 연습을
계속해야 해

 

- 야생에서 산다 해도 말야
- 맞아요, 훈련해야죠

 

마을에 가면
주로 술집에 들러

 

사람들과 말을 섞는데
나보고 딴 데로 가라더군

 

말이나 되는 소리요?
술집이라곤 그거 하나였는데

 

주인장이 나더러 따분하다더군

 

따분해? 내가?

 

더 넓은 세상 이야기가
따분하다면

 

벌써 산에서 내려왔겠지

 

여러 달 동안 아무하고도
말 안 하면 이야깃거리가 쌓여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아주 많이 쌓이지

 

평생을 야생에서
혼자 살지는 않았소

 

배우자가 있었지

 

튼실한 원주민 여자였는데
서로 동지애 같은 걸 느꼈어

 

하지만 여기 숙녀가
한 분 있으니...

 

우린 계절이 지나도록
삶을 함께했고

 

동물을 쫓아 같이 여행했지

 

나중엔 별로
관심을 안 두더군

 

여자는 집안일을 했고
난 덫을 놓아 동물을 잡았지

 

여자는 난로 옆에서 옷을 짰어

 

대화는 없었네

 

여자는 영어를 못 했고
난 그쪽 언어를 못 배웠으니까

 

대화가 없었다고 말했는데

 

가끔은 각자의 언어로
말하긴 했지

 

서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진 못했지만

 

숲속에 고립된 채 살다 보면

 

사람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충분히 위안을 받아

 

바람의 속삭임과

 

나뭇가지에 쌓인 눈이
흩어지는 소리도 마찬가지지

 

아까 우리가 서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어

 

난 여자의 말투에서
의미를 읽을 수 있었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표정과

 

여자가 하는 말에 내포된
정서적 의미를 읽었지

 

여자는 종종 나한테
화가 나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더라고

 

나중에는 날 떠났어

 

그분을 사랑했나요?

 

글쎄, 나도 모르겠어

 

이름도 몰랐는걸
이렇게 말할 수는 있겠군

 

소리 높여 항의하는 억양과
얼굴에 드러나는 표정으로

 

이거 하나는 알았지

 

사람은 족제비나 비버와
다름없구나

 

전혀 다르지 않아

 

다 거기서 거기지

 

사이암으로 간다 해도
마찬가지일 거야

 

사람은 같지 않아요

 

완전히 다른 두 부류가 있죠

 

어떤 부류 말씀이시죠?

 

운 좋은 놈, 아닌 놈?

 

아뇨, 강자와 약자요

 

때려눕히기 힘든 자와
힘없이 쓰러지는 자

 

그런 부류 말고요
그쪽이 잘 알지 않나요?

 

하나뿐이라니까
다른 부류는 없어

 

사냥꾼과 도회 사람을
말하는 게 아니라면

 

죄짓지 않는 부류와
죄짓는 부류죠

 

바보같이 굴지 마세요

 

바보? 그렇구먼

 

따분한 바보라는 거군

 

그런 비난을 제기한 게
댁이 처음은 아니오

 

댁이 인간의 가치를
평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사람은 족제비와 다름없어

 

사람은 족제비와 같지 않아요

 

내 멋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성경에 근거한 겁니다

 

또한 숭고한 권위자로 인정받는

 

내 남편 베처먼 박사의 말에
근거해서 말하는 거예요

 

저명한 문화 교육 학교에서
윤리와 정신 위생에 대해 가르쳤고

 

- 지금은 은퇴했죠
- 윤리적 위생...

 

남편 덕에
저도 깨우치게 됐죠

 

남편 강의는
어마어마하게 인기였어요

 

정신 건강 증진 분야의
전문가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죠

 

야곱의 사다리 몰라요?

 

정신 건강 증진?

 

물론 그쪽 영혼을 달랠 생각은

 

별로 없겠죠

 

증진에 반대하지는 않소만

 

덫을 놓느라 바빠서
그럴 시간이 없구려

 

부군과 같이 안 가세요?

 

떨어져 산 지 좀 됐거든요

 

남편은 동양에 있다 왔어요

 

병으로 발이 묶였었지만
곧 만날 거예요

 

무척 반가울 겁니다

 

포트모건에서
기다리고 계시군요?

 

맞아요, 전 지난 3년간
딸과 사위랑 같이 살았고요

 

부모는 자식 집에 짐이 되어선
안 돼요, 잘못하신 겁니다

 

난 짐이 아니었어요

 

- 딸이 환영한다고 했는걸요
- 말은 그렇게 했어도

 

표정을 보면 알았을 텐데요

 

저 따분한 양반이
언급한 것처럼

 

당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걸

 

각자의 삶이 있는 거예요

 

자기만의 개별적인 삶

 

나와 내 가정사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삶을
꾸려야 한다는 건 압니다

 

치폴스키라는 이름의 남자와
카드를 친 적 있어요

 

- 여러 해 전이었는데...
- 폴란드 놈이었소?

 

- 네, 폴란드인이었죠
- 나도 폴란드 놈 하나를 알아

 

같이 카드를 치는데
저는 패가 안 좋아 기권했고

 

치폴스키와 다른 넷은 계속했죠

 

치폴스키가 그러더군요
'르네, 자네 도움이 필요해'

 

'내가 볼일을 볼 동안
대신 게임을 해주게'

 

불가피한 볼일요

 

그래서 제가 대신
돈을 걸 수는 없다고 했더니

 

잘 아는 사이에
안 될 게 뭐 있냐며

 

자기가 하던 식으로
돈을 걸래요

 

그게 가당키나 하나요?

 

포커판에서 만난 게
전부인 사람에게

 

어떻게 자기 패를 맡기냐고요
그것도 돈을 걸어야 하는 순간에

 

'난 할 수 없어
왜 안 되냐고?'

 

'난 자네를 몰라'

 

'그 정도로 알진 못해'

 

'자기 패는 자기 손으로
돌려야 하는 거야'

 

'안 돼, 치폴스키
그건 안 되지'

 

'친구일지는 몰라도
돈을 걸어줄 사이는 아니야'

 

댁은 그놈을 알아
사람은 족제비와 다름없어

 

- 사람은 족제비와 달라요
- 댁이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어느 선까진 알 수 있어도
다 아는 건 불가능하죠

 

포커는 도박이에요

 

댁은 악덕과 방탕함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군요

 

그런 일들에 관해선
전문가겠어요

 

그런 삶을 산 자가
올바른 삶이 뭔지

 

제대로 알 길은 없어요

 

삶은 그냥 삶일 뿐이고

 

알아야 할 건
카드가 다 가르쳐줍니다

 

그러는 부인은 지금
남편이 기다린다며 달려가면

 

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당신을 사랑할 것 같소?

 

3년이 지났는데 말이오

 

예전의 그 불꽃이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잖소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관계를 지키는 법이에요

 

제대로 된 사람은
타인과 자신에 충실해요

 

- 사람은 변합니다
- 오만한 양반이구먼

 

내 딸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더니

 

- 내 남편도 이제는 날...
- 사랑했더라면요

 

기분 나쁘게 듣지 마세요

 

사람을 그렇게 속속들이
알 순 없다는 거죠

 

'사랑'이란 말도
여러 의미로 쓰이잖아요?

 

- 그건 아닌갑다
- 나도 사랑이 뭔지 알아요

 

학교에서 교수까지 하던
교육자였다고요?

 

카리스마가 흘러넘치나요?

 

네, 예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의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군중의 사랑을 받는 사람과

 

아첨으로 꾀어 사랑을
얻어야 하는 사람은 다르죠

 

난 베처먼 박사를 꾀어
사랑을 얻지 않았어요!

 

난 감언과 거리가 멀죠

 

내 남편은 자연스럽게
날 사랑했고 지금도 그렇죠

 

남편의 사랑이
부인과 달랐을 거란 얘기예요

 

널리 존경받는 사람은
사랑을 헌정으로 여기고

 

자신의 사랑을 경의의 표현으로
용인하곤 하죠

 

따라서 그런 사람의 사랑을
받는 건 대단한 가치가 있고요

 

하지만 부인은 그런 선물을
아름답게 받지는 못했을 거요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거지처럼 움켜쥐었을 테니까

 

- 그렇게 부를 것까진 없잖아
- 감히!

 

물론 존경받는 훌륭한 남자라면

 

다른 사랑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그건 단순히 자신을 존경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무일 뿐이죠

 

어여쁜 여자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잖아요?

 

물론 비굴한 사랑과는
차원이 다른 사랑인 거고

 

-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 이 양반이

 

- 이런 못된 놈
- 진정해요, 부인

 

- 이 타락한 놈이...
- 프랑스 사람이라 저래

 

발작을 일으켰잖아
이 프랑스 양반아

 

- 마차를 세워야겠어요
- 안 세울걸요

 

승객이 원하는데 세워야죠

 

- 마부는 안 세울 거요
- 세워야 해요, 이봐요!

 

마부!

 

여기요, 마부!

 

마차를 세워요

 

마부 양반!
이런, 염병할

 

안 세우려나 봐요

 

절대 안 세우죠
규정이거든요

 

괜찮으실 거예요, 부인

 

제발... 그만 퍼덕거려요

 

나는 걸었지

 

육지로 둘러싸인 바닷가를

 

나는 걸었지
어느 늦은 아침에

 

그리고 친애하는
나의 동지를 보았다네

 

하얀 천에 싸여있었지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구나

 

나는 용감하게 앞으로 나가

 

다정하게 물어보았지

 

동지여, 이토록 하얀 천에
싸인 이유가 무엇이오?

 

몸을 다쳤다네

 

슬프게도 몸이 망가졌지

 

어느 젊은 여자 때문이라네

 

나의 커다란 기쁨이었던

 

그녀가 내게 말했지

 

나를 망가뜨린 순간에

 

그 순간 그녀는 내게 말했지

 

내게 수은으로 만든 소금이나
약이 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지금 죽었어

 

내 최고의 전성기에

 

6명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나의 관을 들게 해주오

 

6명의 아름다운 아가씨가

 

관보를 덮게 해주오

 

그리고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장미 꽃다발을 주게나

 

그러면 나의 냄새를
맡지 못할 걸세

 

장례를 치르는 동안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이 친구가 여행 때마다 이 노래를
부르는데 늘 감동을 주네요

 

저희가 하는 일로 미루어

 

제가 별로...

 

무슨 일을 하쇼?

 

아, 그게...

 

이렇게 표현하고 싶네요

 

- 수확하는 사람이라고
- 영혼을 건져내는 일을 하죠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현상금 사냥꾼이구먼

 

원초적인 사람이네!
정말 무지막지해!

 

그래요, 맞아요
현상금 사냥꾼

 

이름이 너무 험악하지 않아요?
마치 보수가 전부인 것 같잖아요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

 

- 이것도 정직한 직업이에요
- 그러니까...

 

지붕 위에 있는 사람이
현상 수배범이었군

 

그것도 아주 대단한
현상 수배범이었어요

 

소프 씨의 몸값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말이죠

 

- 그이가 뭘 했지?
- 몰라요

 

그게 중요한가요?
부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사람은 두 부류로 나뉘죠

 

그게 저희 업계에선
죽은 자와 산 자입니다

 

살려서 데려가기도 하나요?

 

그렇게 말하진 않았어요

 

나도 산 채로 데려가진 않아

 

일이 완전히 다르기도 하고
난 혼자 일하니까

 

그래요, 우린 팀으로 일하죠
2인 1조로

 

주의가 산만해지면
쉽게 잡히는 게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주의를
흩트리는 역할을 해요

 

이야기나 대화
노래, 보석으로요

 

제가 주의를 끌면
클래런스가 후려친답니다

 

이분이 어찌나 잘하는지

 

- 직접 보셔야 해요
- 클래런스가 잘하죠

 

한 후려치기 하죠

 

소프 씨의 경우가
전형적인 예인데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
이야기를 해줬죠

 

'밖에서 누가 문을 두드려'

 

'안 돼요, 엄마
문 열지 마세요'

 

'이런 폭풍우에
누가 밖에 있겠어요?'

 

다 아는 얘기지만

 

사람들은 어린애처럼
안달이 나서 들어요

 

그 이야기를 자신과
연결 짓기 때문인 것 같아요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죠

 

이야기 속 인물이
우리 자신이면서도

 

우리가 아닐 때요

 

특히 결말에서는요

 

'한밤중에 찾아온 손님'이
저자를 죽인 거죠

 

전 아니에요

 

전 영원히 살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클래런스가 작업을 마친 뒤에

 

그자들을 보면 흥미로워요

 

길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죠

 

길?

 

여기서 저기로

 

저 반대편으로 가면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이해하려고 애써요

 

이해하려고 애쓰는 그들의 눈을
들여다보는 게 좋아요

 

정말로

 

- 뭘 이해하려고 애써?
- 전부 다요

 

그걸 이해한 사람이...

 

있나요?

 

그걸 제가 어찌 알아요?

 

전 그냥 바라볼 뿐이죠

 

포트모건에 도착했네요

 

다들 호텔에 머무시죠?

 

소프 씨를 포함해서

 

보안관에게 넘기긴
너무 늦은 시간이라

 

소프 씨는 자네와 함께
머무는 거지, 클래런스?

 

- 내 방으로 데려가고 싶진 않거든
- 좋으실 대로 하세요, 보스

 

아니면 로비 소파에 앉혀두든가

 

손님들이 아침에 놀라게 말이야

 

소프 씨에게 신문이랑
술도 한 잔 주죠

 

칠칠하지 못하게!

 

죄송해요

 

나한테 사과할 게 아니고
소프 씨한테 해야지

 

소프 씨, 죄송합니다

 

아깐 농담한 거고

 

자네 방이 좋겠어, 클래런스

 

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코는 안 골 거야, 걱정 마

 

걱정 안 해요, 보스

 

걱정하는 법이 없지
그게 자네 미덕이야

 

칭찬 감사해요

 

이제 됐군

 

- 들어가쇼
- 먼저 가세요

 

숙녀분 먼저

 

부축해줘야죠

 

누가 문 좀 열어주시죠?

 

베처먼 박사가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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